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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ju hong
디딤
흘렁- 흘렁한 파도 위에 태어나서 물결의 흐름 따라
둥— 둥둥— 빠르게 느리게—휠쓸리다가
파도가 잠잠해진 틈에 모래를 밟아 보았다
발가락 사이로 문대지는 차박한 모래알
하나 하나를 누르는 묵직한 느낌,
그 위로 밀려오는 파도를 맞기도 하고 따라가 보기도 하면서
내 무릎은 열심히 물살을 헤쳐나갔다
무릎이 나갔다.
무릎이 나가서,
엉덩이를 모래에 대고 앉아서
오가는 파도를 받고 보내는 법을 익혔다
꼬리뼈가 나갔다.
꼬리뼈가 나가서, 등을 모래에 대고 누워서
바다의 흐름에 맞서 자리를 지키는 법을 익혔다
허리가 나갔다.
아프다.
누워도 아프고, 앉아도 아프고,
서도 아프다
흘렁흘렁 물결에 흘러가버리고 싶어라..
하지만 이미 내 마음은 물살에 떠내려가지 못할만큼 무겁다
빠르게 밀려오고 쓸려가며 높이 수직상승하여 세게 수면을 치는 파도를 보며 두려움에 안달이 나서
무겁던 마음이 갑자기 가벼워진다
그럼에도, 내가 떠내려가지 않고 있는,
남아있는 나의 무게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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